하수구는 하루아침에 막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전에 집 안 여기저기서 작은 낌새를 먼저 보냅니다. 천안 동남구는 신방동·청룡동처럼 아파트와 원룸이 몰린 동네와 병천·목천처럼 마당 넓은 농가가 많은 읍·면이 한 구 안에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낌새라도 건물에 따라 가리키는 곳이 달라집니다. 사는 분이 직접 알아챌 수 있는 신호를 하나씩 놓고, 그 신호가 어디를 의심하라는 뜻인지 적었습니다.
욕실과 주방이 같은 날 함께 굼떠질 때
배수구 한 곳만 느리면 대개 그 바로 아래가 문제입니다. 그런데 욕실 바닥과 세면대, 싱크대가 한꺼번에 느려졌다면 집 안의 물이 모두 모여 빠져나가는 큰 관 어딘가가 좁아졌다는 뜻입니다.
신방동·청룡동 아파트라면 우리 집 관이 건물 공용 줄기와 만나는 곳이나 그보다 아래를 먼저 봅니다. 같은 라인 위아래 집도 요즘 물이 느린지 물어봐 두시면 범위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마당이 있는 농가 주택이라면 집 안보다 마당 밑으로 길게 이어진 바깥 관을 먼저 의심합니다.
마당 뚜껑 둘레가 마르지 않고 퀴퀴한 냄새가 날 때
병천면과 목천읍 농가에서 자주 보이는 신호입니다. 뚜껑 근처 흙만 늘 젖어 있거나 뚜껑 틈으로 냄새가 새어 나온다면, 그 아래 관에 물이 고여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집은 부엌과 욕실 물에 마당과 처마 빗물까지 한 관으로 모이기도 합니다. 빗물에 섞여 들어온 흙이 바닥에 가라앉고, 부엌에서 내려온 기름이 식으며 그 흙을 붙잡으면 쉽게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층이 생깁니다. 가을에는 뚜껑 틈으로 떨어진 낙엽까지 그 위에 얹힙니다.
큰비가 그치고 나서도 물 빠짐이 예전 같지 않을 때
비가 오는 동안 물이 더디게 빠지는 것은 관이 한꺼번에 많은 물을 받아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하루 이틀이 지나도 배수구가 원래 속도를 찾지 못한다면, 빗물에 쓸려 들어온 흙이나 낙엽이 관 중간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이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뚜껑 둘레에 몰린 흙과 젖은 낙엽을 걷어 더 들어가지 않게 해 두고, 물을 많이 쓰는 빨래는 잠시 미뤄 주십시오. 관 속에 가라앉은 흙은 석션으로 빨아낸 다음 고압세척으로 바닥을 훑어야 원래 굵기를 되찾습니다.
마당 한쪽 땅이 꺼지거나 그 자리 풀만 유난히 짙을 때
배수구와 상관없어 보여도 땅속 관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관 이음이 벌어져 물이 새면 둘레 흙이 쓸려 나가 땅이 내려앉고, 늘 젖어 있는 자리는 풀이 더 짙게 자랍니다. 집을 늘리면서 관을 덧대어 이은 오래된 농가일수록 이런 틈이 생기기 쉽고, 나무가 가까우면 뿌리가 그 틈을 타고 관 속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무턱대고 뚫기보다 내시경 카메라를 넣어 어긋난 이음이나 뿌리가 들어온 자리를 먼저 찾습니다. 어디를 파야 하는지 알고 나면 마당을 넓게 파헤칠 일이 줄어듭니다.
뚫고 나서 몇 주 지나지 않아 다시 느려질 때
물이 내려가니 다 끝난 것 같아도, 관 가운데에만 구멍이 나고 벽에 붙은 때는 그대로 남은 경우입니다. 여러 방이 한 줄기를 나눠 쓰는 대학가 원룸 건물에서 특히 흔한데, 쓰는 사람이 많은 만큼 찌꺼기가 다시 달라붙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프링으로 길을 낸 다음 고압세척으로 관 벽까지 씻어 내고, 씻겨 나온 흙과 찌꺼기는 석션으로 빨아 올려 다른 곳에 다시 쌓이지 않게 합니다. 돌처럼 엉겨 스프링 끝이 미끄러지는 덩어리는 플렉스샤프트로 갈아 부숩니다. 어떤 장비를 쓰든 막힌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얼마가 드는지는 장비를 넣기 전에 알려 드리고, 일이 끝날 때까지 그 숫자를 고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마당 뚜껑을 제가 먼저 열어 봐도 되나요?
열어 보셔도 되지만 뚜껑이 무겁고 안에 가스가 차 있을 수 있습니다. 바람이 통하게 한 다음 몸을 깊이 숙이지 말고 눈으로만 살펴 주시고, 안에 물이 가득 차 있었는지 알려 주시면 막힌 쪽을 가늠하는 데 쓸모가 있습니다.
뚫어 보려고 세정제를 들이부었는데 그래도 오시나요?
갑니다. 다만 관 속에 남은 약이 장비나 손에 묻을 수 있어서, 어떤 제품을 얼마나 부으셨는지 먼저 여쭙고 확인한 다음 시작합니다. 통이나 포장지를 버리지 말고 두시면 확인이 한결 쉽습니다.
늦은 밤에 막혀도 와 주시나요?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든 일요일이든 명절 연휴든 가리지 않고 나갑니다. 기다리시는 동안에는 막힌 쪽으로 물이 더 흘러가지 않게 세탁기와 설거지를 잠시 멈춰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