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짓고 설거지하느라 하루에도 여러 차례 손이 가는 자리라, 싱크대가 달라지면 누구든 금세 알아챕니다. 다만 그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그냥 지나치다가, 설거지 도중 물이 넘치고 나서야 손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안 동남구의 원룸 주방, 아파트 주방, 읍·면 농가 부엌에서 자주 보이는 신호를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설거지를 끝내도 개수대 바닥에 물이 얕게 깔려 있을 때
물이 다 빠지지 않고 얇게 남는다면 관 속 어딘가가 좁아져 흐름이 더뎌진 상태입니다. 국이나 볶음 요리에서 나온 기름은 뜨거울 때는 물과 섞여 내려가지만, 관을 따라가며 식으면 벽에 엉겨 붙습니다. 그 위에 밥알과 채소 조각이 걸리면서 물길이 조금씩 가늘어집니다.
거름망을 비운 뒤에도 그대로라면 막힌 곳은 하부장 아래 트랩보다 더 안쪽, 벽 속이나 바닥 밑으로 이어지는 관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름이 남은 팬은 휴지로 한 번 훑어 내고 씻는 버릇만 들여도 관으로 흘러드는 기름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싱크대 밑 수납장에 넣어 둔 냄비에서까지 쉰내가 밸 때
관 벽에 들러붙은 국물 찌꺼기와 음식 부스러기가 썩어 가면서 풍기는 냄새입니다. 신방동·청룡동 대학가 원룸처럼 방학 동안 주방을 쓰지 않은 방이라면, 트랩 속 물이 말라 냄새를 막아 주던 물막이가 없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물을 한 컵 부어 다시 채워 보시고, 그래도 냄새가 가시지 않으면 관 벽에 쌓인 찌꺼기를 의심합니다.
개강 무렵 주방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 말라붙어 있던 찌꺼기가 물에 불어 한꺼번에 떨어져 내려가다 굽은 자리에 걸리기도 합니다. 오래 비운 뒤 다시 쓰자마자 싱크대가 막혔다면 이런 경우를 먼저 떠올려 볼 만합니다.
물이 내려갈 때 하부장 안쪽에서 꼬르륵 소리가 이어질 때
이 소리는 관 속 공기가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고 물과 뒤섞이는 소리입니다. 아직 아주 막히지는 않았어도 관 단면이 꽤 줄었다는 뜻이니, 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손보면 작업이 훨씬 가볍습니다. 소리와 함께 개수대 구멍에서 거품이 뽀글거리며 올라오기도 하는데, 이 역시 공기가 물길을 비집고 나오는 모습입니다.
아파트에서는 우리 집이 물을 쓰지 않는데도 같은 라인 다른 집이 설거지할 때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이 경우는 여러 집이 함께 쓰는 주방 줄기가 좁아졌을 수 있어 관리사무소에도 알려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아래층 개수대로 물이 올라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빌라나 원룸 건물에서 위층 설거지 물이 아래층 개수대로 올라온다면, 우리 집 트랩보다는 아래쪽 공용 주방관이 막힌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설거지를 잠시 접어 두시고 건물주나 관리인에게 사정을 전해 주십시오. 같은 줄 다른 방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 물어 두시면 건물주와 이야기할 때 쓸모가 있습니다. 공용 구간은 어디까지 손볼지 함께 정한 다음 작업합니다.
싱크대가 느려지면서 마당 뚜껑 둘레가 젖어 있을 때
병천·목천 같은 읍·면 농가는 부엌 물이 마당 밑 관을 지나 한참을 흘러 나갑니다. 그 관에서 기름이 굳고 빗물에 들어온 흙이 들러붙으면, 싱크대보다 마당 쪽에서 먼저 낌새가 보입니다. 이럴 때는 집 안 트랩만이 아니라 집 밖 구간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부엌 쪽 관을 뚫어도 마당 관이 그대로면 물은 다시 집 쪽으로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작업은 막힌 위치를 찾는 데서 시작합니다. 하부장 아래 트랩을 먼저 풀어 보고, 그 너머는 스프링을 밀어 넣어 어느 깊이에서 걸리는지 잽니다. 기름이 뭉쳐 돌덩이처럼 된 곳은 플렉스샤프트로 갈아 물길을 트고, 관 안쪽에 두꺼운 기름 띠가 둘러 있으면 고압세척으로 마저 걷어 냅니다. 그 띠를 남겨 두면 새로 흘러든 기름이 그 위에 쉽게 덧붙기 때문입니다. 금액은 작업 전에 알려 드리고 그 금액에서 달라지지 않게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뜨거운 물을 계속 부으면 굳은 기름이 녹지 않나요?
잠깐 풀리는 듯해도 녹은 기름이 더 안쪽으로 밀려가 그곳에서 다시 굳습니다. 관 재질에 따라 이음 부위가 상할 수도 있으니 여러 번 들이붓는 것은 피해 주십시오.
자정 넘어 개수대가 넘칠 지경인데 불러도 될까요?
참지 않으셔도 됩니다. 늦은 밤과 주말, 공휴일에도 나가 드리며, 그사이 개수대에 찬 물은 떠내서 화장실에 버려 두시면 됩니다.
주방 배관을 아예 새로 깔아야 하는 건 아닌가요?
그런 경우는 드뭅니다. 뚫고 씻어서 다시 쓸 수 있는 관이 대부분이고, 카메라 화면에 금 간 곳이나 주저앉은 곳이 잡혔을 때에만 바꾸는 이야기를 드립니다.
